화장품 비주얼 브랜딩, 디자인만 바꾸면 안되는 이유

핵심 요약

브랜드가 자라면 처음 내세운 메시지와 지금 고객이 우리를 고르는 이유가 달라집니다. 그런데 제품명과 상세페이지, 사진은 처음 메시지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직했는데 예전 회사 명함을 내미는 것과 같습니다. 이 어긋남은 디자인을 더 예쁘게 바꾼다고 풀리지 않습니다. 고객이 이미 기억하고 있는 이유에서 지금의 메시지를 다시 쓰고, 이미지가 그 메시지의 증거가 되도록 다시 맞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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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페이지도 괜찮고, 제품 사진도 나쁘지 않습니다. 브랜드 소개서도 공들여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보면 이상하게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보통 디자인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문제는 디자인보다 앞에 있습니다.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바뀌었는데, 이미지는 아직 예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처음 정한 메시지와 지금 팔리는 이유가 달라질 때

GLASS SKIN RITUAL 이름 아래 나이트크림·콜라겐 마스크·아이크림·스프레이가 나란히 놓인 제품 라인업

저희가 함께 작업한 브랜드는 'GLASS SKIN 14 Days Miracle'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수분이 차서 맑고 투명하게 보이는 피부, 한국 뷰티가 말하는 이상적인 피부를 14일이라는 기간과 함께 약속한 이름이었고, 전 제품에 이 문구가 들어갔습니다.
K-뷰티를 찾는 해외 고객에게 바로 읽히는 이름이었으니, 출발점으로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랜드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여러 제품 중 나이트크림이 해외 마켓의 나이트크림 카테고리 상위권에 오르며 브랜드의 얼굴이 됐고, 브랜드도 나이트케어를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고객이 이 브랜드를 고르는 이유가 바뀐 것입니다.

문제는브랜드의 메시지만 바뀌었을 뿐
제품명도, 상세페이지도, SNS도 여전히 처음 정한 '글래스스킨'을 말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메시지는 바뀌었는데, 명함은 그대로

GLASS SKIN이 적힌 낡은 아이보리 명함과 Prestige Night Care가 적힌 네이비 새 명함

이 상태는 이직한 사람이 예전 회사 명함을 계속 내미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상대는 명함에 적힌 예전 회사를 먼저 기억합니다.
말보다 명함이 먼저 나를 소개하기 때문이죠.

브랜드에게 명함은 제품컷과 상세페이지, SNS 이미지와 같습니다.
고객과 바이어는 브랜드 설명에 앞서 위와 같은 채널에서 제품을 먼저 만나기 때문입니다.

이 때 나이트케어 브랜드라고 소개하는 브랜드 메시지와 달리 명함에는 여전히 14일 글래스스킨이 적혀있다면 어떨까요?
보는 사람은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헷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미지를 필요할 때마다 따로 만들다 보면 채널마다 명함이 한 장씩 늘어납니다.
상세페이지와 소개서와 SNS를 한자리에 모았을 때 같은 브랜드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판매가 마켓 안에서만 일어날 때는 이러한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제품 하나하나를 상세페이지와 리뷰로 설득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바이어 미팅이나 리테일 입점처럼 브랜드 전체를 한 번에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 오면, 예전 명함이 가장 먼저 발목을 잡게 됩니다.

디자인만 바꿔서는 새 명함이 되지 않는 이유

같은 GLASS SKIN 문구에 종이와 마감만 점점 고급스러워지는 명함 세 장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안은 디자인을 새로 맡기는 것입니다.
더 고급스러운 사진, 더 세련된 상세페이지를 만들면 해결될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디자인만 다시 맡겨서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바꿔야 하는 건 명함의 종이 질이나 글씨체가 아니라 명함에 적힌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무엇을 하는 브랜드인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디자이너가 아무리 잘해도 '더 예쁜 예전 명함'을 만들게 됩니다.
마음에 드는 레퍼런스로 제작해도, 어딘가 우리 제품같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 때 브랜드에게 필요한 건 디자인 교체가 아닌 비주얼 브랜딩입니다.
바뀐 메시지를 먼저 정리하고, 그 메시지가 보이도록 이미지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일이죠.

비주얼 메시지는 고객에게 답이 있다

비주얼 디렉팅 가이드북의 고객 반응 분석 페이지 — 진입 동기와 만족 동기

메시지와 이미지가 어긋났다면, 해결은 이미지를 새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지금의 메시지를 말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브랜드가 한 번 더 헤맵니다.
'비주얼 메시지'를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객이 이 브랜드를 어떤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는지에서 출발해야, 새 명함에 적힌 말이 실제 제품과 어긋나지 않습니다.

이 브랜드 또한 리뷰를 살펴봤을 때 고객 만족은 14일 뒤의 극적인 변화보다 매일 쓰는 경험에 있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흡수가 빠르고 끈적이지 않는다, 가볍다, 다음 날 아침 촉촉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됐죠.
고객은 이미 이 제품을 밤에 부담 없이 바르고, 아침 피부로 확인하는 나이트케어로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 브랜드의 새 명함에는 이런 문장을 적었습니다.

매일 밤, 나의 피부와 매력을 가꾸는 프레스티지 나이트케어.

노화를 경고하며 겁을 주는 대신, 좋은 관리로 내가 가진 매력을 가꿀 수 있다는 기대를 건네는 문장입니다.
결과를 날짜로 약속하기보다, 고객이 매일 밤 실제로 느끼는 경험을 브랜드의 약속으로 삼은 것이죠.

이미지는 브랜드 메시지의 증거가 되어야

비주얼 컨셉 Luminous Flow — 밤의 깊이 위로 흐르는 생기의 빛

메시지만으로는 아직 절반의 완성입니다.
이미지가 여전히 예전 모습이거나 채널마다 따로 만들어지면, 새 명함 위에 예전 명함이 겹쳐지는 격입니다.
그래서 이미지는 새 메시지를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그 메시지가 사실이라고 보여주는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이때 모든 것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인정받고 있는 자산은 살리고, 보여주는 방식을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명함으로 치면 회사 로고는 그대로 두고, 적힌 소개와 인쇄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 브랜드의 크롬 패키지와 정돈된 로고는 리뷰에서도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패키지는 그대로 두고, 그 패키지가 놓이는 공간과 빛을 바꿨습니다.

같은 크롬 패키지를 어두운 공간과 흐르는 빛으로 연출한 브랜드 홈페이지 메인과 인스타그램 피드

컨셉은 Luminous Flow로 깊고 차분한 밤의 공간 위로 생기 있는 빛이 흐르고, 크롬 표면이 그 빛을 받아 맑게 빛나는 장면을 연출했죠.
밤에 바르고 아침에 피부로 확인하는 경험을, 날짜 대신 빛으로 보여준 셈입니다.

이렇게 기준이 하나로 정해지면 상세페이지든 소개서든 SNS든, 어디서 만든 이미지도 같은 문장을 보여줄 수 있게 됩니다.
채널마다 명함이 한 장씩 늘어나던 문제도 여기서 함께 풀리는 것이죠.

브랜드 이미지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Prestige Night Care가 적힌 네이비 새 명함 한 장에 빛이 비치는 장면

브랜드가 자라는 동안 메시지가 바뀌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문제는 메시지가 바뀌었는데 명함은 그대로일 때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브랜드 이미지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디자인을 바꾸기 전에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어색함이 디자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바뀐 메시지를 아직 이미지에 담지 못한 문제인지.
그리고 지금 고객은 우리를 어떤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혼자서 판단하기 어렵다면 뷰티해커스와 함께 살펴봐 주세요.
지금 우리 브랜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미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부터 함께 짚어 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어떤 경험으로 기억하는지, 어디서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 이어서 다뤄 보겠습니다.

Q&A 요약
브랜드 메시지가 바뀌면 왜 이미지도 바꿔야 하나요?

고객과 바이어는 브랜드의 설명을 듣기 전에 제품명, 상세페이지, 사진을 먼저 봅니다. 메시지는 바뀌었는데 이미지가 예전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브랜드가 새로운 말을 해도 예전 브랜드로 기억됩니다.

새 메시지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요?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보다 고객이 이 브랜드를 어떤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는지에서 찾아야 합니다. 메시지가 바뀐 이유 자체가 고객이 다른 이유로 브랜드를 고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를 바꿀 때 기존 자산은 모두 버려야 하나요?

아닙니다. 패키지나 로고처럼 이미 인정받는 자산은 살리고, 그것을 보여주는 공간과 빛, 방식을 새 메시지에 맞게 바꾸는 편이 낫습니다. 이미지가 새 메시지의 증거가 되도록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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