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화장품 대신, 다 쓴 화장품을 자랑하는 사람들
'프로젝트 팬(Project Pan)'은 이미 가진 화장품을 끝까지 써나가며 그 과정을 기록하고 나누는 활동이다. 여기서 팬은 아이섀도나 블러셔를 담는 접시 모양 용기(pan)를 뜻하고,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을 '힛 팬(hit pan)'이라 부른다. 2020년에도 같은 기록을 찾아볼 수 있고 2026년 1월 버슬·글래머가 다시 다뤘다. 다 썼다는 사실이 곧 만족을 뜻하지는 않기에, 브랜드는 왜 계속 썼는지와 다시 선택할 마음이 있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매 이후의 시간에도 브랜드가 듣고 전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관찰이다.
바닥이 드러난 아이섀도, 끝까지 쓴 립스틱, 빈 크림 통.
버리려고 모아둔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는 사진을 찍어 공유할 만큼 뿌듯한 결과물이에요. 화장품을 얼마나 많이 샀는지 대신, 얼마나 꾸준히 썼는지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이 활동의 이름은 '프로젝트 팬(Project Pan)'.
이미 가진 화장품을 써나가며 그 과정을 기록하고 나누는 활동이에요. 2026년 1월에는 해외 뷰티 매체들이 이 문화를 다시 소개하기 시작했죠.
새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와 달리, 쓰던 제품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팬? 화장품 팬클럽 같은 건가요?

TikTok @shaayzp의 원본 영상 썸네일. 바닥이 드러난 제품을 보여주는 게시물로, Bustle 기사에도 소개됐어요.
여기서 '팬'은 팬클럽의 팬(fan)이 아니라, 아이섀도나 블러셔를 담는 접시 모양의 용기(pan)를 뜻해요. 제품을 쓰다가 밑바닥이 드러나는 걸 '힛 팬(hit pan)'이라고 부르죠. 완전히 다 쓰기 전, 바닥이 조금 보이는 순간도 기록하고 축하해요.
참여 방식은 다양해요. 한 제품을 집중해서 쓰는 사람도 있고, 여러 제품을 번갈아 쓰는 사람도 있어요. 빈 용기와 남은 제품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제품별로 몇 번 사용했는지 기록하기도 하고요.
이렇게 모인 기록에서는 '이번에 뭘 샀는지'보다 '가지고 있는 제품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가 눈에 들어와요.
새로 생긴 유행은 아니에요

Emmie's Beauty Life의 2020년 프로젝트 팬 마무리 기록
최근 기사로 접했다면 새로운 챌린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2020년에도 이런 기록을 찾아볼 수 있어요. 뷰티 블로그 Emmie's Beauty Life는 2020년 12월, 그해 진행한 '프로젝트 팬'을 마무리하며 대상 제품들의 사진과 사용 결과를 함께 올렸어요.
운영자는 목표를 전부 이루지는 못했지만, 오래 가지고 있던 제품 중 일부를 다 써서 기쁘다고 적었어요. 성공한 제품만 모아 자랑하기보다, 한 해 동안 어디까지 썼는지 돌아보는 기록이었던 거예요.
2026년 1월 버슬과 글래머는 이 활동을 새해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흐름과 연결해 다뤘어요. 오래 이어져 온 활동이 다시 주목받은 거예요. 그렇다고 이 사례만으로 한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거나, 화장품 구매가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대신 이 기록들은 화장품을 즐기는 방식이 꼭 새로운 제품을 사는 데만 있지는 않다는 걸 보여줘요. 가지고 있는 제품을 꾸준히 쓰는 과정에도 나눌 이야기가 있는 거죠.
다 쓴 걸 굳이 보여주는 이유는 뭘까요?

TikTok @sincerely_rosab의 영상 썸네일. 작성자가 보유 제품을 864개라고 소개하며 시작 상황을 공유했어요.
새 제품을 샀을 때는 보여줄 것이 많아요. 패키지를 열고, 색을 비교하고, 처음 바른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죠. 프로젝트 팬은 그 이후의 시간을 보여줘요. 얼마나 썼고, 무엇이 남았고, 어떤 제품을 다 썼는지 기록하는 거예요.
버슬은 참여자들이 빈 용기와 아직 남은 제품을 공유하며 서로의 진행 상황을 확인한다고 설명해요. 혼자라면 버리고 지나갈 빈 통도, 그 과정을 함께 본 사람들에게는 목표를 이뤘다는 표시가 될 수 있어요.
다만 다 썼다는 사실이 곧 만족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보그가 만난 사람 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버리기 아까워 끝까지 쓰려는 참여자도 있었거든요. 같은 빈 통 사진이라도 좋아서 매일 쓴 결과일 수도, 아까워서 마저 쓴 결과일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빈 통만큼이나 그 안에 담긴 사용 경험이 궁금해져요. 어떤 이유로 계속 썼고, 다 쓴 뒤에는 어떻게 평가하는지까지 들어야 그 제품에 대한 마음을 조금 더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구매 이후에도 브랜드의 이야기는 이어져요

Emmie's Beauty Life의 리멜 파우더 사진 — 작성자는 이 용기에 다른 미니 파우더도 덜어 썼다고 설명해요.
이 문화에서 눈여겨볼 점은 제품을 다 쓸 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예요.
첫인상을 전하는 개봉 후기와 달리, 사용 기록에는 한 제품이 일상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했는지 담을 수 있어요.
처음에는 색이 마음에 들어 샀더라도, 계속 쓰는 이유는 다를 수 있겠죠.
손이 가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쓰면서 좋아진 점과 끝내 아쉬웠던 점이 쌓이니까요. 이런 경험은 제품의 특징을 나열하는 설명과는 다른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어요.
앞서 소개한 Emmie's Beauty Life의 기록 또한 작성자는 파우더를 비운 뒤 리멜 제품을 다시 살 의향이 있다고 밝혔어요. 눈 밑 컨실러를 고정하는 데 잘 맞았다는 이유도 덧붙였고요. 빈 통 사진 옆에 사용한 느낌과 다음 선택까지 함께 남긴 거예요.
브랜드 입장에서도 '다 썼다'는 결과만 가져와 좋은 후기라고 소개하기보다, 왜 계속 썼는지, 다시 선택할 마음이 있는지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오래 썼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어도, 만족과 재구매 의사까지 저절로 설명해주지는 않으니까요.
프로젝트 팬을 곧바로 소비 감소의 신호나 새로운 마케팅 공식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다만 고객이 구매한 이후의 시간에도 브랜드가 듣고 전할 이야기가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해요.
새 제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와, 이미 산 제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
결국 브랜드 콘텐츠가 후자까지 담을 때, 제품 소개는 실제 사용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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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s
- The Beauty Community That Just Wants You to Finish Your Makeup — Vogue
- Project Pan — Bustle
- What Is Project Pan — Glamour
- Project Pan 2020 결산 — Emmie's Beauty Life
프로젝트 팬(Project Pan)이 무엇인가요?
이미 가진 화장품을 써나가며 그 과정을 기록하고 나누는 활동이다. 여기서 '팬'은 팬클럽의 팬이 아니라 아이섀도나 블러셔를 담는 접시 모양 용기(pan)를 뜻하고, 쓰다가 밑바닥이 드러나는 걸 '힛 팬(hit pan)'이라고 부른다.
최근에 생긴 유행인가요?
아니다. 2020년에도 같은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뷰티 블로그 Emmie's Beauty Life는 2020년 12월 그해의 프로젝트 팬을 마무리하며 제품 사진과 사용 결과를 올렸고, 2026년 1월 버슬과 글래머가 새해의 소비 습관을 돌아보는 흐름과 연결해 다시 다뤘다.
다 썼다는 기록은 그 제품에 만족했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않다. 보그가 만난 참여자 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버리기 아까워 끝까지 쓰려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빈 통 사진이라도 좋아서 매일 쓴 결과일 수도, 아까워서 마저 쓴 결과일 수도 있다.
브랜드는 이 문화에서 무엇을 참고할 수 있나요?
'다 썼다'는 결과만 가져와 좋은 후기로 소개하기보다 왜 계속 썼는지, 다시 선택할 마음이 있는지까지 살펴보는 것이다. 구매 이후의 시간에도 브랜드가 듣고 전할 이야기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