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상세페이지, 성분이 많을수록 고객 이탈율도 높아지는 이유

나이아신아마이드, 히알루론산, 판테놀, 세라마이드, 알란토인, 베타글루칸, 어성초 추출물, 트레할로스…

스킨케어 상세페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분들.

8개, 10개, 많으면 15개까지 쭉 나열돼 있습니다. 꽤 전문적으로 보이죠.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방금 읽은 성분 중에 몇 개나 기억나시나요?

아마 두세 개가 한계일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고, 거의 모든 소비자가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건 잘 팔리는 제품들을 보면 오히려 반대 전략을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토리든은 '저분자 히알루론산' 하나, 아누아는 '어성초 추출물 80%' 하나, 라운드랩은 '독도 미네랄워터' 하나.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죠.

소비자의 머릿속에서 성분 정보가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알면, 이러한 전략의 이유가 꽤 분명해집니다.

스킨케어 제품들

관심은 역대 최고인데,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요즘 소비자들이 성분에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올해 PDRN 검색량은 전년 대비 695%나 뛰었습니다.

레티날도 500% 올랐고요. 성분을 따져보는 소비자가 이렇게 많았던 적은 없습니다.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관심이 많다는 것과 알아볼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겁니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소비자의 81%는 화장품 성분명을 봐도 그게 뭔지 모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조사에서는, 성분을 이해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 61%가 더 사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상황이 보입니다.

소비자는 성분 정보를 원합니다.

그런데 원료사 카탈로그에서 복사해 온 영어 화학명은 읽을 수가 없습니다.

원하는데 읽을 수 없으니까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그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장바구니에 담아놓고도 70% 이상이 그냥 나가버립니다.

성분을 많이 써놔서 이탈하는 게 아닙니다.

이해할 수 있게 써놓지 않아서 이탈하는 셈입니다.


우리 뇌가 한 번에 받아들이는 정보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심플한 스킨케어

"사람은 한 번에 7개까지 기억할 수 있다."

마케팅 쪽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죠. 심리학자 조지 밀러가 발표한 연구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 7이라는 숫자에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정보를 의미 있는 묶음으로 정리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전화번호를 010-1234-5678로 끊어서 외우는 것처럼요.

묶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정보라면 어떨까요?

실제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양은 3~4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상세페이지에 대입하면 이렇습니다.

히알루론산, 나이아신아마이드, 판테놀. 여기까지는 머릿속에 남습니다.

반면 네 번째부터는 앞에 것이 밀려나기 시작하고, 다섯 번째쯤이면 그냥 스크롤을 내립니다.

겉보기에 상품이 다양하면 관심은 갑니다.

그런데 골라야 할 게 너무 많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고르지 않습니다.

성분 15개가 빼곡한 상세페이지는 잼 24종이 놓인 시식대와 비슷합니다.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 고르는 사람은 적습니다.

올리브영에서 잘 팔리는 제품들이 히어로 성분 하나에 보조 성분 한두 개로 구성하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 뇌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양에 딱 맞추고 있는 겁니다.


어떤 성분이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가 중요합니다

수를 줄였다고 다 된 건 아닙니다.

같은 성분이라도 어디에 놓고, 어떤 말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게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음 보이는 성분이 제품의 첫인상입니다

사람은 처음 접한 정보에 훨씬 강하게 끌립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초두 효과'라고 부르는데, 핵심은 간단합니다.

먼저 본 게 더 오래 남는다는 겁니다.

상세페이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크롤을 시작하고 처음 눈에 들어오는 성분 두세 개가 그 제품의 인상을 정합니다.

자신 있는 히어로 성분을 목록 8번째에 넣어놨다면,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대부분의 소비자 눈에는 닿지 않습니다.

스킨케어 루틴

화학명 대신 "이게 뭘 해주는 성분인지"를 말해야 합니다

하나 비교해 보겠습니다.

A. "Palmitoyl Tripeptide-1 함유"

B. "콜라겐을 채워주는 펩타이드가 들어 있습니다"

같은 성분입니다. 그런데 A를 읽고 "오, 사야겠다"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반면 B를 읽으면 적어도 이 성분이 뭘 해주는 건지 알 수 있죠.

같은 정보라도 어떤 틀에 넣어서 전달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판단이 바뀝니다.

"지방 25%"보다 "무지방 75%"가 더 끌리는 것처럼요.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화학명보다 이 성분이 피부에 뭘 해주는지를 말해야 마음이 움직입니다.

검색 트렌드에서도 이 흐름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보습 세럼'처럼 넓게 검색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나이아신아마이드 세럼', '레티놀 크림'처럼 성분명에 효과를 붙여서 검색합니다.

소비자 스스로가 성분을 "이게 뭘 해주는 건데?"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려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원료사 스펙시트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는 상세페이지는,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 내 상세페이지, 이 세 가지만 확인해 보세요

체크리스트

하나. 상세페이지를 열고 3초만 보세요.

그 안에 "이 제품의 핵심 성분은 ○○"이 바로 전달되나요?

안 되면 성분이 너무 많거나, 뭐가 중요한지 눈에 안 들어오는 겁니다.

히어로 성분 1개, 보조 성분 1~2개. 그 이상은 설득이 아니라 나열입니다.

둘. 성분 설명을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화장품에 관심 없는 친구한테 그대로 말해줘도 알아들을 수 있나요?

"Centella Asiatica Extract"는 정보고,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시카 성분"은 설명입니다.

알아들을 수 있어야 설득이 시작됩니다.

셋. 전성분 목록이 따로 분리돼 있나요?

전성분 표기는 법적으로 해야 하는 거지, 고객을 설득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핵심 성분 강조 영역과 전성분 목록은 분리해야 합니다.

전성분은 접어두거나 페이지 맨 아래에 두세요. 역할이 다른 건 자리도 달라야 합니다.


성분을 많이 보여줄수록 전문적이라는 생각.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전문성이 고객의 구매로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설득력은 성분이 몇 개 들어있느냐가 아니라, 그걸 어떻게 보여주느냐에서 갈립니다.

몇 개를 골라서, 어떤 순서로, 어떤 말로 설명할지.

이 세 가지만 바꿔도 같은 성분에서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옵니다.

지금 상세페이지의 성분 섹션이 나열에 머물러 있는지, 설득을 하고 있는지. 한번 꺼내서 들여다보시면 좋겠습니다.

성분 섹션, 구조부터 다시 설계해야 할 때입니다

뷰티해커스는 소비자 심리와 카테고리 맥락을 기반으로
상세페이지의 성분 구성과 설득 구조를 분석하고 설계합니다.

상세페이지 기획 서비스 보기